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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란 무엇인가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원장
기사입력 2011.05.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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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원장

2010년 국정감사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공의료는 뒷전이고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는 국립대병원들이 도마에 올랐다.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점은 국정감사 때마다 다인실비율, 의료급여환자 진료, 장애인고용, 선택진료, 응급의료센터 운영실태 등 사례만 바꿔가며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표면적인 문제만 제기할 뿐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찾기 힘들다. 바로 ‘공공의료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다. 공공의료는 국립대병원만 해야 하고 사립 민간병원은 공공의료를 담당하지 않는가? 사립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맹장염 수술을 받은 사람은 공공의료서비스를 받은 것인가, 민간의료서비스를 받은 것인가?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율과 6인실 이상 다인실 병상 보유율을 높이고 장애인을 고용하며, 선택진료를 하지 않는 국립대병원은 공공의료의 역할을 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병원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는 실제 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값비싼 첨단의료장비를 마구잡이로 들여와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국공립병원이 할 일은 아니지만, 무조건 다인실 비율과 의료급여환자 비율을 높이고 의료비용을 낮추는 데 목표를 둔다면 더 이상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국가가 시행하는 대표적인 ‘공공의료’제도인 보건소와 공중보건의 제도. 과연 얼마나 공공의료에 기여를 하고 있을까? 민간병원의 응급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공중보건의사들이 민간병원에 배치되지만, 실상은 그 병원의 수익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의료취약대상에 대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보건소가 동네의원이 밀집한 곳에서 무료진료를 시행한다면 이 의원들의 생존은 위협받게 된다.



과거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으로 인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거주지역의 위생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시대에는 보건의료의 공적인 역할에 대한 판단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민생활수준이 높아져 전 국민의 건강의료보험이 실시되고 100세 수명을 바라보는 시대에, 공공의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그레이 경 (Sir Muir Gray)은 공공의료에 대해 ‘상수도 사업’과 같다고 정의했다.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가정에서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하는 일을 의료의 공적인 역할과 비유한다면 ‘공공의료’의 목표와 역할은 좀 더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상수도사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심층수나 생수 판매에 치중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면 공공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볼 수 없는 반면, 민간병원이라도 양질의 필수의료를 합리적인 비용에 제공한다면 공공의료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깨끗한 물을 식수로 주민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서비스만큼 중요한 것은, 상수원이 오염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수질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기능이다. 의료는 식수와 달리 많은 질환, 다양한 상황들에 직면하게 된다. 특정 질환에 어떤 치료법이 최선인지를 연구하여 양질 의료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은 대학병원이 수행해야할 중요한 기능이다. 또, 의료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고, 국민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평가하여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역할 또한 필요하다.



연간 70조원규모의 의료시장은 계속해서 더 커지고 있다. 공익적인 요소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이지만, 고용을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에 기여하는 서비스산업으로도 발전시켜 나갈 분야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정부 부처간에도 정책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할 때가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염병 관리, 저소득층 진료 등 전통적으로 공공의료가 수행했던 역할만으로 의료의 공적 영역을 평가함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들에게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성은 유지하면서, 서비스산업의 한 축으로 의료가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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